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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제도에 대한 소고 |
2003-11-28 12:08 |
⊙ 짧은 생각들 |
미디어 사회 문화의 이해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이 잠깐 언급하셨던 내용 중에 주민등록제도에 대한 것이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에도 비슷한 사회보장번호라는 것이 있지만, 그것은 주민등록과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 특히, 사회보장번호는 사람에게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발급된 카드에 부여되는 것이어서, 카드를 분실하거나 카드를 바꾸어 자신의 기록들을 알리고 싶지 않을 때는 새로운 번호를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는, 18?세에 자신의 열 손가락 지문이 모두 찍히고 모든 국민에게 평생 변하지 않는 고유한 번호를 부여한다. 사실상 전체주의 국가나 마찬가지로 그 사람은 평생토록 국가의 통제 아래 있게 되는 것이다. 더 이상한 사실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것을 너무나 당연히 여긴다는 것이다.
만약 20-30년 후에 우리 나라에 독재자가 출현한다면? 군사 정권이 출현한다면? 우리가 주민등록번호를 index key로 하여 써넣은 모든 정보는 순식간에 병합(merge)되어 나도 모르는 나 자신에 대한 엄청난 데이터베이스가 형성되고, 엄격한 국가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될 것이다. 이것은 수십년 후의 일이 아니다. 이미 지금 시작되고 있는 일이다. 단지 그것이 촉발되고 있지 않을 뿐.
뭐 지금도 동네 비디오 가게 같은데 가보면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나에 대한 모든 정보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족관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등. 그걸 어떻게 구했는지, 어떻게 비디오샵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을 수 있는지 참 궁금하지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도대체 웹사이트 가입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왜 받는지, 주소랑 전화번호를 왜 받는지 모르는 일이다. 정 그런 인증이 필요하다면, 인증 기관이나 메일 서비스 - 바로 가입 처리되는게 아니라, 가입 허가 링크를 그 사람이 기입한 메일 주소로 보내서 허위 메일 주소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을텐데.
우리나라 역시 언제라도 Enemy of the State와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나라다.